작성일 : 17-12-21 16:02
공간정의와 국가간선도로망(7×9)의 공공성 (제1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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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언론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단어 중 하나가 ‘정의(Justice)’가 아닐까 한다. 격변한 정세에 따라 새롭게 출범한 현 정부의 정책기조 중 하나로 ‘정의’가 언급되고 이 단어의 의미와 실현에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탓일 것이다. 여기서 언급되는 정의는 그 단어의 개념 상 ‘사회적 정의(Social Justice)’를 말하며 이러한 사회적 정의에 공간의 개념을 더한 것이 바로 ‘공간적 정의(Spatial Justice)’라 할 수 있다.

공간적 정의는 1973년 Harvey에 의해 언급된 후 최근 Soja(2010)에 의해 발전되었다고 한다. Soja(2010)에 따르면 공간적 정의는 재화 및 서비스는 지리적으로 균일하게 분포되어야 하며 이는 모든 도시민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권리임을 말한다고 한다. 공간적 정의에 대한 학술적인 논쟁을 이어가기에는 필자의 전문성의 한계상 접어두기로 한다. 다만 정의의 관점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인식하게 되는 불평등과 불공정한 사회적 현상이 공간이라는 지리적 실체와 분리될 수 없으며 공간의 불평등적 상황을 교정하기 위한 정책개입은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에 동의가 되는 개념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전 국토를 동서남북의 격자형으로 구성한 국가간선도로망, 소위 7×9계획은 공간적 정의(正義)를 실현하기 위한 도로분야의 대표적인 계획체계이자 구상이지 않은가 싶다. 반나절 생활권 실현을 위한 도로교통체계의 구축, 전국 어디서나 고속도로라는 최상위 간선도로서비스를 30분 이내에 접하게 한다는 
7×9계획의 정책목표는 공간적 정의를 물리적 시설공급으로 구현해보고자 하는 상징적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국가간선도로망(7×9)계획의 수립과정

우리나라의 근대적인 도로건설 계획은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사회개발 5개년계획’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제1차 경제개발계획(1962~66)에서는 산업철도 건설 등 철도부문에 치중한 개발로 상대적으로 도로개발은 크게 부진했으며 주로 대도시지역의 포장사업 등에 주력하는데 그쳤다. 그 이후 제2차 경제개발계획(1967~71)에서는 경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필두로 본격적인 고속도로 건설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태동한 시기라 하겠다. 제3차 경제개발계획(1972~76)이후 제4차(1977~81), 제5차(1982~86) 등에서는 계속적인 도로망의 형성과 함께 국도 포장 및 확장, 지방도 포장 사업 등에 주력하였다. 제6차 경제개발계획기간인 1987~91년에서는 각급 도로의 중장기개발계획을 수립하여 기능적으로 위계화된 도로망체계를 정립하고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도로행정 기반을 확립하고자 하였다.

한편, 국가간선도로망(7×9)계획 수립과정에서 중요한 연구보고서가 있는데 그 중 몇 개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국도로망 기본계획」(국토개발연구원, 1986)이다. 여기에서는 급변하는 장래 상황에 신축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장래의 국토환경 추세를 감안한 간선망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집중개발형, 권역중심개발형, 분산개발형 등 국토개발 방식별로 효율적인 간선망 구상 대안을 수립하여 평가하였다. 각 대안이 가지는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융합형 간선도로망’을 구축·제시하였으며, 이를 위해 분산개발형(격자형) 간선도로망을 기본으로 설정하였다.

둘째로는 「전국도로망의 기본구상과 도로정책방향」(국토개발연구원, 1990)이다. 여기에서는 간선망 특성에 따라 9개의 동서축과 7개의 남북축으로 구성된 격자형 도로망을 제시하여 전국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지역균형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분산형 국토개발을 도모하며 간선도로 서비스 소외지역을 해소하고자 하였다. 대도시 중심으로 방사·환상축을 구성하여 대도시 지역의 교통수요에 적극 대처하며, 대규모 공업단지, 항만, 공항, 관광지 등은 상호 직접 연결하여 물동량 수송을 원활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였다.

세 번째 보고서는 「전국도로망체계 재정비(1단계~3단계)」(국토개발연구원, 1991~1993)인데 여기에서는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 수립에 따른 지역개발 계획이 수립되는 등 다양한 여건 변화에 맞추어 전국 도로망체계를 재정비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기초연구 등을 통해 정립된 격자망의 기본골격 구조는 큰 변화없이 지금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다. 또한 이러한 구상에 따라 1990년대 후반 수립된 제1차 도로정비기본계획, 2005년의 수정계획 및 2011년 수립된 제2차 도로정비기본계획, 2017년 1월에 수립 고시된 제1차 고속도로건설5개년계획 등 일련의 법정계획을 통해 각 축별 우선순위에 따라 체계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이러한 계획체계의 기반과 함께 1994년 목적세인 교통세 신설로 조성된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재정적 기반 등이 곧 실현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속도로 5,000km 시대를 견인하게 된 양대 축으로서의 역할을 해 온 것이다.


국가간선도로망(7×9)의 미래정책 방향

앞서 언급한 국가 차원의 일관된 계획체계와 이를 뒷받침하는 재정지원 체계 등으로 말미암아 우리 국민들 대다수(약 70% 이상)는 고속도로를 30분 이내에 이용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국토공간의 기본골격을 형성하는 데 집중해 온 물적 공급정책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면 이제 어느 정도 양적 공급의 성과가 충족되었다고 하여 7×9의 역할과 사명은 다하였다고 볼 수 있을까? 다음 세대를 위한 7×9의 미래정책 방향은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은 아닐까? 필자는 이러한 미래정책 방향을 논함에 있어 이른바, 4-Ware를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첫째, 하드웨어(Hard-Ware)이다. 양적 공급정책의 효용성이 한계적인 상황에서 왠 하드웨어인지 의아하겠지만 정책의 성과는 결국 실체가 있어야 한다. 필요 최적화된 물적 시설공급을 통한 성장거점화 전략, 기본골격의 완성이라는 차원에서 7×9계획 미확충 구간의 추진, 7×9의 입체화를 통한 신서비스 창출 등이 그 예라 하겠다.

둘째, 소프트웨어(Soft-Ware)이다. 기존의 획일화된 양적 공급에만 치중하는 정책서비스만으로는 삶의 질에 대한 국민의 높은 요구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수 있다. 보다 차별화되고 이동성이라는 본연의 기능 이외에 다양한 가치와 콘텐츠의 결합을 통한 전혀 새로운 서비스 공급에 주력해야 한다. 타 분야와의 활발한 융복합이 정책적 구체성을 제고하는 데 유효할 수 있다.

셋째, 스마트웨어(Smart-Ware)이다. IoT, 인공지능 등 스마트기술과 결합된 미래지향적인 서비스 구현을 위한 7×9이다. 도로와 차량이 별개가 아니고 정보의 소비자이자 생산자가 되는 도로의 공급이다. 다만, 첨단기술의 고도화로 인한 디바이드 문제, 개인정보보호, 일자리 문제 등 파급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등은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넷째, 휴먼웨어(Human-Ware)이다. 사실 모든 정책은 결국 사람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기존 양적 공급시대의 의사결정이 몇몇 전문가 및 관료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이제는 국민의 보다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가 활발히 교류되는 가운데 정책이 추진되는 진정한 거버넌스의 시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의 지향이 국민을 향한다면 7×9의 역할과 사명에 대한 사회적 논란은 불식될 것이다.


국가간선도로망(7×9)의 공공성

끝으로 7×9의 공공성 강화를 언급하고자 한다. 공공성에 대한 각자의 개념과 정의가 있겠지만 필자는 공공성을 논함에 있어 ‘공정, 공평, 공익, 공개’의 4가지 요소를 강조하고 싶다. 7×9의 향후 정책집행의 모든 과정은 공정해야 할 것이며, 그 정책 성과는 특정 계층 등에 편향되지 않도록 공평해야 할 것이다. 7×9이 추구하는 정책의 목표와 효과는 공공의 이익, 즉 공익을 극대화하는 지향을 가져야 할 것이며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과 관련 정보는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할 것이다. ▣

고용석_ysko@krih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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